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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은 선언이고 선전부대였으며 (혁명의 씨앗의) 파종기였다. 장정은 우리의 승리였고 적의 패배였다"

- 마오쩌둥(1936)


"장정과 비교하면 한니발의 알프스 원정은 주말 피크닉에 지나지 않는다"

- 애드거 스노우 (중국의 붉은 별, 1937)


"장정 중 중국이라는 무대는 영웅주의와 비극, 음모, 유혈, 반역, 싸구려 오페라, 군사적 천재성, 정치적 간교함, 도덕적 목표, 정신적 지향, 인간적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셰익스피어도 이런 이야기를 쓰지는 못했을 것이다...장정은 유대인의 출애굽기, 한니발의 알프스 원정, 나폴레옹의 모스크바 진격 그리고 놀랍게도 산과 들을 말 타고 정복한 위대한 미국의 서부 정복과 비슷하다. 그러나 어떤 비교도 적합하지 않다. 장정은 역사상 유례없는 사건이다"

- 해리슨 솔즈베리(장정-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1985)







'진보적 정치학자' 손호철 교수의 두번째 기행서 <레드로드: 대장정 13,800km 중국을 보다>를 읽었다. 작년에 그의 첫번째 기행서인 <마추픽추 정상에서 라틴아메리카를 바라보다>를 꽤 재밌게 읽은 적이 있은지라, 이번 중국 기행서(그것도 장정을!)도 재빨리 구해 읽게 되었다.
 
장정이란 무엇인가? 1934년 10월 16일 저녁 마오와 홍군 8만 5천명은 횃불을 들고, 장제스의 국민당군을 피해 험난한 여정을 시작했다. 매일 벌어지는 크고 작은 전투, 해발 4,000미터가 넘는 설산과 죽음의 초원을 넘어 368일이 지나서야 홍군은 국민당군의 마지막 추격대를 몰살시키고, 장정을 마치게 된다. 출발 당시 8만 5천명에 달했던 홍군은 368일이 지나자 1/10인 8,000여명으로 줄어있었다.

홍군은 1만 킬로미터의 장정을 통해 중국 전역에 공산주의를 전파하게 되었고, 마침내 1949년 10월 1일 2차 국공내전에서 승리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을 선포한다. 전쟁에서 패배한 장제스와 국민당군은 대만(타이완)으로 도주했다.

홍군이 승리한 진짜 비결 - 인민을 대하는 '태도'

중국 공산당이 장제스의 국민당과 달리, 농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수천년 압제와 착취에 시달렸던 농민들의 '편'에 서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단지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홍군이 장정을 통해 보여주었던 인민들을 대하는 '태도'였다. 마오는 홍군이 인민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기본 규율(3대 기율-8개 주의사항)를 직접 만들 정도로, 홍군 교양에 신경을 많이 썼다.  

잠시 <8개 주의사항>를 살펴보도록 하자.

- 민가를 떠날 때는(잘 때 사용한)문짝을 제자리에 갖다 놓는다
- 잘 때 사용한 짚단도 묶어서 제자리에 갖다 놓는다
- 인민들에게 예의 바르게 행동하며 가능한 도와준다
- 빌려 쓴 물건은 모두 돌려준다
- 손상된 물건은 모두 배상해준다
- 농민과 한 거래는 신용을 지킨다
- 구매한 모든 물건은 값을 치른다
- 위생에 신경쓰고 변소는 민간에 피해를 주지 않게 멀리 떨어진 곳에 세운다.

요즘 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수천년동안 착취와 압제에만 시달려왔던 중국의 농민들에게 홍군의 태도는 얼마나 반갑고도 놀라운 일이었겠는가. 인민 위에 군림하려 들지 않고, 인민에게 자연스럽고 구체적으로 스며들어갔던 홍군의 '태도'에 바로 장정의 정신이 있었고, 중국 혁명의 비결이 숨어있었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창립한 후, 마오는 대약진운동과 인민공사의 실패로 인해 잠시 권좌에 물러났다가 홍위병을 앞세워 '문화대혁명'을 일으켜 중국을 대혼란의 늪으로 빠뜨려 놓았다. 마오는 문화대혁명 과정 속에서 피와 눈물을 함께했던 수많은 혁명 동지들을 숙청하기도 했다. (아, 비정한 권력이여!)

이후, 마오쩌둥이 서거하고, 좌편향의 오류로 대혼란을 겪은 중국은 문화대혁명 당시 용쾌 살아남는 덩샤오핑이 '개혁개방'노선으로 이끌게 된다. ' 검은고양이던 흰고양이던 쥐만 잡으면 된다'라는 <흑묘백묘>론을 설파한 덩샤오핑은 과감한 개방개혁을 통해 오늘날의 중국을 있게 한다.

개혁개방은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이끌어, 중국을 미국과 맞설만한 세계 초강대국으로 올려 놓았지만, 자본주의 개혁으로 오늘날 중국은 엄청난 빈부격차를 겪고 있기도 하다. 공산당이 과거 장정 당시, 하늘 처럼 떠받들었던 중국의 농민들은 현재 엄청난 가난과 고통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 하는 중국 - 중국식 사회주의는 어디로?


▲ 자본주의화 된 중국을 풍자한 작품. 레이 벨드너 Ray Beldner [HOW MAO],2002


중국을 여전히 사회주의라고 부를 수 있을까? 책에서 등장한 중국의 한 택시기사는 이렇게 말한다. 
"미국은 우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해 갔다. 그래서 다소 덜컹거리지만 아직 잘 가고 있다. 러시아는 좌측 깜빡이를 켜고 좌회전해 가다가 고랑에 쳐박았다. 이것을 보고 놀란 중국은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해 가고 있다. 그것이 바로 중국적 특색의 사회주의다. 중국적 특색의 사회주의, 그것은 결국 자본주의다"

정치경제학의 토대론에 근거하면, 하부구조를 자본주의에 내맡긴 중국은 이미 사회주의가 아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여전히 그들의 체제를 '중국식 특색의 사회주의'라고 얘기한다.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다양한 시각(국가독점자본주의,국가자본주의,스탈린 사회주의 등등)이 있지만, 난 굳이 중국에 대해 '사회주의냐, 아니냐'라는 오래된 논쟁에 참여하고 싶진 않다.

중국 공산당은 최근 개혁개방의 각종 폐혜(빈부격차,환경오염 등)들을 극복하기 위해 복지와 환경을 강조한 '21세기 사회주의'를 주창했다. 또한, 중국 공산당의 싱크탱크는 경제성장과 그에 따른 인민들의 의식성장도 감안해서 2040년까지 3단계에 거쳐 공산당 권력제한, 전국인민대표자회의(의회 격인),언론,종교,시민사회의 권한과 자유를 신장하고, 민주와 법치를 갖춘 현대 국가 건설을 제안했다고 한다.

압축 성장에 따른 자본주의의 엄청난 폐혜, 소수민족, 인권, 민주주의, 에너지 문제 등등..
중국은 앞으로 걸어왔던 길 보다 훨씬 중대한 도전들이 직면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하지만, 2034년 장정 100주년을 26년 앞둔 지금 중국 공산당이 무엇보다 되새겨야 할 것은 그 옛날 '장정'의 정신이 아닐까 싶다.

중국 공산당이 인민을 하늘처럼 모시고, 그들과 함께 새로운 사회를 건설했던 '장정'의 정신을 잊고 변화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중국 인민들의 새로운 '장정'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 장정과 관련되어 함께 읽으면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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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붉은 별(애드거 스노우) : 미국의 진보적 저널리스트가 쓴 책. 불세출의 걸작이다. 장정 당시 직접 홍군에 뛰어들어 취재하여 출간한 이 책으로 인해 장정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상/하권으로 되어있는데, 인터넷에서 2권을 구매해도 13,000원이 안된다.

중이미지보기

- 중국혁명사(서진영) : 중국 정치 전문가 서진영 교수가 쓴 객관적이고 자세한 중국혁명사에 대한 기록이다. 중국 혁명 당시 다양한 상황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된 몇 안되는 저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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