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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손석춘 새사연(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의 블로그에서 '촛불 정신을 이어받는 새로운 정당의 필요성'에 대한 포스팅을 잘 읽었다. 대체로 공감한다.

진보정당의 분열과 민주당의 진로 상실로 인해, 나 역시 작년부터 새로운 정당의 필요성을 조금씩 고민하고 있다. 일개 개미 블로거가 거창하게 무슨 정당 창당까지 거들먹거리냐는 비난도 있을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새로운 정당 창당에 대한 토론이 서서히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되기에, 머리속에서 메모장 처럼 두서없이 고민했던 내용을 조금 끄적여 볼까 한다.

새로운 정당의 필요성,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한국 민주주의 위기는 최장집 교수가 지적한대로, 기본적으로 정당정치의 부재에 있다. 다양한 처지에 놓은 국민들의 이해와 요구를 정확하게 대변하는 정당이 없다보니, 국회에서는 국민의 의사와는 무관한 왜곡된 의사결정구조가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것이다. 국민들은 이를 바꾸기 위해 지난 수십년간 피와 땀을 쏟는 노력을 해왔다. 87년 민주항쟁을 비롯해서 최근 촛불항쟁까지, 한국 민주주의의 성과는 대체로 거리에서 표출되어 왔지만, 이를 정치와 제도로 정착화 시키지 못한 것이 큰 한계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한마디로, '거리의 정치'로 민주주의의 전진을 이루었지만, 투표와 정당으로 상징되는 대의 민주주의의 기본 요소들을 잘 활용하지 못하면서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국민들은 정치에 대한 불신감이 극도에 달하게 됐다.

주지하다시피 현존하고 있는 한국의 정당 모델들은 별로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 민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진보정당은 분열로 인해 많은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말았다. 새로운 정당의 필요성은 기실 아주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온 문제지만, 지금은 좀 절박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정당 건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정치 주체의 형성

하지만, 새로운 정당의 건설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지난 대선때부터 '민주당 진보파+민주노동당+진보신당+시민사회진영'을 포괄하여 새로운 진보개혁 정당을 창당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누가봐도 당장 답이 보이질 않는다. 이 복잡한 정치 질서를 누가 통제하고 규합할 것인가?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새로운 정당을 창조할만한 기반, 즉 새로운 정치주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있다고 한더라도 명망가 중심의 상층 연합에 불과하다보니, 매번 뜬구름 잡는 식의 당위적인 얘기에 그치고 만다. 새로운 정당 건설을 위해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기존 정치세력의 흐름에 의존하기 보다는 새로운 정치동력을 형성하는 것이다.

'촛불'의 역사적 교훈 속에서 운동의 단절을 극복할 새로운 장을 모색해야

지난 '촛불항쟁'은 운동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기존 민중운동, 시민운동 세력에게는 반성과 성찰의 계기를 마련해주면서 새로운 출발을 가능하게 해주었고, 시민들은 자발적 형태의 운동인 '촛불'을 들게 되었다. 촛불항쟁 1년이 지난 지금 지식인 사회뿐만 아니라, 언론에서도 각양각색의 평가가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바로 혼란과 정체를 딛고 '이기는 싸움'을 하는 것이다.

더 이상 이슈에 이끌려 가는 안티운동과 선거때만 되면 기존 정치세력의 이해관계에 휘둘려 혼란과 분열을 초래하는 운동에는 미래가 없다. 매번 좌절하지 않고, 이기는 싸움을 하기 위해서는 촛불의 역사적 교훈 속에서 새로운 정치주체가 형성되어야 한다.

반MB를 넘어서, 실현가능한 국민적 의제를 중심으로 한 범국민 운동으로

개인적으로 새로운 정치 주체의 올바른 상은 촛불시민, 시민운동, 민중운동의 단절을 극복할 새로운 소통과 실험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책위 같은 또 하나의 상층조직을 건설하자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을 기반으로 촛불시민과 시민운동, 민중운동의 주체들이 평등하게 소통하고 만나서 '새 판'을 짜야 한다는 얘기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온라인 운동의 흐름(노사모->개혁당->촛불)과 시민운동, 민중운동의 흐름을 수평적인 온라인 공간에서 융합시키자는 말이다. 이들은 단순한 안티운동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국민적 의제를 중심으로 하는 지속가능하고 대안적인 운동을 추구해야 한다. 이들은 새로운 정당을 창조할 수 있는 에너지와 기반을 제공하지만, 단지 정당건설이 목표가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궁극적 목표로 두어야 하고, 기존 정치세력의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는 독자적인 운동조직의 성격을 가질 필요가 있다. 

MB를 넘어, MB 이후의 한국정치까지 길게 보는 관점에서 고민하자

새로운 정치주체 세력을 형성하자는 것은 바로 '정당정치의 부재'와 '거리의 정치의 한계'를 일종의 직접민주주의 성격을 띈 국민주권운동으로 돌파해보자는 것이다. 문제는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이 공간에 모이고, 국민적 의지가 모아질때만이 강력한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도 사실 진보개혁적 성향을 지닌 새로운 국민정당을 창당하는 것이 큰 관심사이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새로운 정치기반을 먼저 형성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당장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지만 촛불 이후의 촛불, 그리고 2012년 대선 이후까지 길게 한국정치를 바라본다면, 이제 새로운 정치주체 형성을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촛불 1주년을 맞아 내가 정말 나누고 싶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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